시용(수습)기간이 끝날 무렵 회사로부터 "본채용은 어렵겠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시용기간 중에 병을 앓았던 근로자라면, 회사가 "재발할 수 있으니 정식 채용은 곤란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기 쉽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마치고 복귀해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해 왔다면, 이런 이유만으로 본채용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할까요? 2026년 3월 노동위원회 재심 판정례는 객관적인 의학적 소견 없이 재발 가능성 추측만으로 한 본채용 거부는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초심에서는 근로자가 졌던 사건이 재심에서 뒤집힌 사례라 더 눈여겨볼 만합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근로자는 부품 제조 공장의 생산직으로 입사했습니다.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는 3개월의 시용기간을 두고 계속 근로가 부적당하면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근로자는 같은 질병으로 사망한 전임 직원의 자리를 대체해 채용된 사람이었고, 입사 직후 바로 그 질병이 발병해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하며 든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완치가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병이라는 점, 중량물을 취급하는 업무라는 점, 교대근무(야간·휴일근로)를 해야 하는 자리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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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직후 발병, 2주 입원
시용기간이 시작되자마자 질병이 발병해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회사의 걱정도 무리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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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견서 제출하고 복귀
퇴원하면서 담당 의사로부터 '치료 후 호전된 상태로 일상생활 및 직장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소견서를 받아 회사에 제출했고, 회사도 업무 배제 없이 해당 업무에 계속 종사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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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료일까지 정상 근무
월 1회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시용기간 만료일까지 특별한 문제 없이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업무 적격성 평가표에서도 1·2차 평가자 모두 업무 수행 능력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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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채용 취소 통지
그럼에도 회사는 시용기간이 끝나자 '질환 발병으로 중량물 작업 및 야간·휴일 근로를 계속하기에 부적격하다'는 사유를 적은 서면을 근로자에게 보내 본채용을 거부했습니다.
시용기간의 법리 — 본채용 거부는 해고보다 넓게 인정되지만
시용계약은 근로자를 곧바로 정규사원으로 임명하지 않고 일정 기간 근무상황을 지켜보며 직업적성과 업무능력, 자질, 성실성을 판단하기 위해 체결하는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입니다(대법원 2015. 12. 24. 자 2015두52678 판결 등). 그래서 시용기간 만료 시 본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됩니다. 하지만 무제한은 아닙니다. 판례는 두 가지 요건을 요구합니다.
①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것(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② 거부사유를 근로자가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할 것(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재심 위원회가 부당하다고 본 네 가지 사정
이 사건에서 서면통지 자체는 이루어졌습니다. 사유와 시기를 적은 '본채용 취소 통지' 문서가 확인되어 절차적 적법성은 인정됐습니다. 문제는 사유의 실체였습니다. 재심 위원회는 다음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① 시용기간 중 상병이 발생했지만 치료 후 복귀하여 본인의 업무를 변함없이 수행했고, 업무 적격성 평가에서도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② 담당 주치의가 취급 중량, 작업 형태, 교대근무 여부 등 작업 조건을 구체적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하기에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소견서를 작성했습니다.
③ 반면 회사는 이 근로자의 상병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의학적 소견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병'이라는 막연한 판단에 기대어 본채용을 거부했습니다. 회사 스스로도 심문회의에서 의학적 판단을 받은 것은 아니고 병에 관한 인터넷 글 등을 참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④ 회사가 우려한 중량물 취급·야간근로에 대해서도 직무 위험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없었습니다.
근로자 개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은 '지장 없다'고 말하는데, 사용자는 질병 일반의 통계적 재발 가능성으로 반박했습니다. 위원회는 개인에 대한 객관적 소견 없이 통계와 추측만으로 한 본채용 거부를 부당하다고 봤습니다.
초심에서 진 사건이 재심에서 뒤집혔다
이 사건의 또 다른 교훈은 초심 판정이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초심 지방노동위원회는 완치가 어려운 질병, 중량물 취급, 교대근무 등을 종합하면 본채용 거부가 정당하다며 구제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재심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위 네 가지 사정을 들어 초심 판정을 취소하고 근로자의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초심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노동위원회법 제26조), 초심 결과가 아쉽다면 판정 이유를 검토해 재심 가치를 판단해 봐야 합니다.
근로자라면 — 챙겨야 할 세 가지
① 본채용 거부도 해고와 같은 구제 절차를 밟습니다. 통보일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야 합니다.
② 이 사건의 승부처는 주치의 소견서였습니다. 시용·수습 중 질병이 생겼다면, 복귀 시점에 '담당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취지의 소견서를 받아 회사에 제출해 두는 것이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소견서에 취급 중량이나 근무 형태 등 실제 작업 조건이 반영되어 있으면 증명력이 더 높아집니다.
③ 근무기간 중의 업무 평가 자료도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 스스로 작성한 적격성 평가표가 근로자에게 유리한 증거가 됐습니다.
사업주라면 — 막연한 우려로는 안 됩니다
시용제도는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본채용 거부 사유도 관찰된 업무적격성에 근거해야 합니다.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삼으려면 해당 근로자 개인에 대한 객관적인 의학적 소견(필요하면 별도의 건강진단·자문)과 직무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 평가가 있어야 하고, 질병 일반의 통계나 인터넷 정보로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거부사유와 거부시기를 적은 서면통지는 필수입니다. 이 사건처럼 절차를 지켰더라도 실체적 사유가 부족하면 부당해고가 되어,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 지급 의무를 지게 됩니다.
핵심 정리
시용계약은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으로, 본채용 거부는 보통의 해고보다 넓게 인정되지만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와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필요합니다.
질병을 이유로 한 본채용 거부는 그 근로자 개인에 대한 객관적 의학적 소견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병'이라는 통계적·막연한 판단만으로는 부당합니다.
거부사유·시기의 서면통지는 절차적 요건일 뿐, 서면통지를 했더라도 실체적 사유가 없으면 부당해고입니다.
본채용 거부 통보를 받았다면 3개월 이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초심에서 기각되어도 10일 이내 재심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수습(시용) 끝나고 본채용을 거부당했는데, 이것도 해고인가요?
네. 시용기간 만료 시 본채용 거부는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해고에 해당합니다. 보통의 해고보다 정당성이 넓게 인정될 뿐,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부당해고이고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대상입니다.
시용기간 중에 병가를 썼다는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나요?
치료 후 복귀해 업무를 정상 수행하고 있다면, 아팠다는 사실 자체는 정당한 거부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 판정례는 재발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의학적 소견 없이 통계적 우려만으로 한 거부를 부당하다고 봤습니다.
본채용 거부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나요?
네. 판례는 근로자가 거부사유를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5두48136). 서면통지가 없었다면 그 자체로 절차 위반이 문제 됩니다.
초심에서 기각됐으면 사건은 끝난 건가요?
아닙니다. 초심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초심 기각이 재심에서 취소된 사례입니다. 초심 판정 이유를 보고 사실관계·증거 보강 여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