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회사의 판단은 결국 조사보고서 한 장으로 수렴합니다. 인사위원회는 이 문서를 근거로 징계 여부를 정하고, 나중에 행위자가 징계에 불복하거나 피해자가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이 문서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조사보고서의 기준은 분량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2026. 7.)이 제시하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 조사자가 제출하는 조사보고서만으로도 사실관계와 괴롭힘 해당 여부 판단이 가능하도록 작성될 것. 이 글은 그 기준을 실무 단위로 풀어 정리합니다.

핵심 정리

보고서 기준 = 그 문서만으로 사실관계와 괴롭힘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사건 경위에는 문제된 행위를 최대한 자세히 적습니다. 요약은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증거는 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신뢰성에 대한 조사자의 의견을 함께 씁니다.

괴롭힘 해당 여부뿐 아니라 경중과 적정 제재 수준에 관한 의견까지 기술합니다.

행위자 조치에 관한 피해자 의견을 듣고 그 결과를 첨부합니다.

보고서 공개는 사업주 보고와 사실 판단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됩니다.

1. 보고서가 갖춰야 할 네 가지

매뉴얼이 조사보고서에 요구하는 기재사항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순서는 실무상 작성 순서이기도 합니다.
1

사건 경위 — 문제된 행위를 최대한 자세히

‘폭언이 있었다’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 앞에서, 어떤 표현으로, 어떤 맥락에서 있었는지를 적습니다. 여기에는 우위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당사자 관계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직급뿐 아니라 근속·연령, 업무 의존 관계, 수적 우위까지 봅니다.

2

직접증거·정황증거 첨부 + 신뢰성 의견

메신저·이메일·녹음·목격자 진술·치료기록 등을 첨부하되, 각 증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조사자가 적습니다. 자료만 붙이고 평가가 없는 보고서는 판단 자료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3

괴롭힘 해당 여부·경중·적정 제재 수준 의견

행위별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의 세 요건(우위 이용, 업무상 적정범위 초과,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 충족 여부를 판단합니다.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중과 적정한 제재 수준에 관한 의견까지 기술해, 인사위원회가 양정 판단에 참고할 수 있게 합니다.

4

행위자 조치에 관한 피해자 의견

행위자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 피해자의 의견을 듣고 그 결과를 첨부합니다. 이는 보고서의 완성도 문제가 아니라, 이후 조치의 정당성에 직결되는 절차입니다.

2. 조사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할 7가지

보고서의 품질은 작성 단계가 아니라 조사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매뉴얼은 조사 과정에서 확인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이 항목들이 비어 있으면 보고서에서 메울 방법이 없습니다.
확인 항목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
사건의 경위시점·장소·표현이 특정되지 않은 진술은 뒤에서 반드시 다투어집니다
당사자 인적사항 및 관계우위성 판단의 근거 — 직급 외 근속·연령·업무 의존까지
신고 이전 유사 사례, 지속·반복성1회성인지 반복인지가 경중 판단을 가릅니다
행위로 인한 피해 정도진단서만이 아니라 업무 수행·근무환경의 변화까지
조사 과정에서의 피해자 요청사항보호조치는 피해자 의사에 반할 수 없으므로 기록이 필요합니다
인정 시 행위자 조치에 관한 피해자 의견보고서 필수 첨부 항목입니다
직접증거·정황증거 검증목격자, 이메일, 녹음, 메신저, 일기, 치료기록 등

출처: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2026. 7.) 조사 과정 확인사항.

3. ‘객관적인 조사’로 인정받는 조건

법이 요구하는 것은 조사 그 자체가 아니라 객관적인 조사입니다. 매뉴얼은 객관적 조사의 요건을 절차와 내용 양면에서 제시합니다. 즉 객관성·공정성·합리성이 있어야 하고,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가 제시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예시로는 ① 당사자와 이해관계 없는 조사자 선정 ② 당사자의 진술 기회 보장 ③ 핵심 참고인 확인 ④ 제출자료의 심도 있는 검토가 제시됩니다. 이런 절차와 의무를 취업규칙 등 사내 규정으로 미리 정해 공지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이미 취업규칙·단체협약에 조사 절차가 정해져 있다면 그것이 곧 회사의 기준이므로, 보고서 작성 전에 그 규정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 네 가지가 보고서에 흔적으로 남아야 합니다. 조사자가 누구이고 당사자와 어떤 관계인지, 행위자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소명 기회를 주었는지, 어떤 참고인을 왜 선정했는지, 제출된 자료를 어떻게 검토했는지가 보고서에서 읽혀야 합니다.

4. 진술이 엇갈릴 때 — 신빙성을 어떻게 쓰는가

괴롭힘 사건 대부분은 물증이 아니라 진술로 다투어집니다. 양쪽 진술이 정면으로 엇갈릴 때 보고서가 “진술이 상반되어 확인이 어렵다”로 끝나면, 그 조사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같아집니다.

실무에서 신빙성 판단의 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진술의 일관성(시간 경과에 따라 핵심이 바뀌는지), 구체성(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말하기 어려운 세부가 있는지), 객관 자료와의 부합(메신저·근태·업무기록과 맞물리는지), 이해관계(진술자가 어느 편에 이익이 있는지), 제3자 진술과의 정합성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판단을 조사자가 문서에 명시하는 일입니다. 매뉴얼도 증거의 신뢰성에 대한 조사자의 의견을 기술하도록 요구합니다. 어느 진술을 왜 더 신빙성 있다고 보았는지가 적혀 있어야, 그 판단이 이후 절차에서 검증 가능한 판단이 됩니다.

5. 조사 중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나 참고인이 “저 사람에게 당한 사람이 또 있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매뉴얼은 이때의 처리 순서를 명확히 제시합니다.

먼저 그 진술이 또 다른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하는 취지인지를 확인합니다. 신고 취지가 맞다면 별건으로 사건을 접수한 뒤 해당 피해자를 상담해, 진행 중인 사건에 추가해 조사받기를 원하는지 의사를 확인합니다.

신고 취지가 아니더라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행위자의 습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진술 속의 또 다른 피해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별건 신고 의사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반복성은 경중 판단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6. 보고서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가

완성된 보고서를 두고 가장 자주 나오는 요구가 “당사자에게 보고서 전문을 달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판단을 잘못하면 사건 처리가 새로운 위반으로 이어집니다.

매뉴얼은 조사보고서 공개가 비밀유지 의무와 개인정보보호 의무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므로, 사업주 보고와 사실 판단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공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당사자에게는 조사 결과와 조치 내용을 서면으로 통보하되, 보고서 전문과 타인의 진술 내용까지 그대로 건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비밀유지 의무의 범위도 생각보다 넓습니다. 조사한 사람, 보고받은 사람,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대상이며, 위반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24. 10. 4.자 2023과6 결정
조사받은 가해자 본인은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아니므로 비밀유지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① 법문언상 그렇게 볼 뚜렷한 근거가 없고 ② 유출된 조사결과 보고서에는 본인 외에 다른 지목자들의 조사결과와 참고인 진술까지 포함되어 있어 본인이 스스로 경험해 아는 내용에 한정되지 않으므로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결정이 실무에 주는 함의는 분명합니다. 보고서를 받아 본 사람이 그것을 외부에 유출하면, 조사자가 아니어도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고서를 전달할 때는 수령 범위를 최소화하고, 수령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서면으로 고지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7. 보고서가 인사위원회로 넘어간 뒤

조사와 징계는 분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매뉴얼이 제시하는 표준 취업규칙 예시는 조사위원회가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사용자에게 보고하고 인사위원회로 이관하며, 인사위원회는 그 보고서를 토대로 괴롭힘 인정 여부와 행위자 징계 양정을 의결하는 구조를 취합니다.

이 구조에서 조사자가 징계를 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조사자는 사실을 확정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처분은 인사위원회가 합니다. 조사와 처분이 한 사람에게 몰려 있으면 이후 불복 절차에서 절차의 공정성이 함께 공격당합니다.

대표이사가 행위자로 신고된 사건은 경로가 다릅니다. 표준 규칙 예시상 감사가 이사회 소집을 청구해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이사회가 대표이사에 대한 조치를 의결합니다. 조치가 주주총회 의결사항이라면 임시총회를 소집합니다.

8.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결함 다섯 가지

외부조사로 사건을 넘겨받아 기존 내부 보고서를 검토하다 보면 반복해서 발견되는 결함이 있습니다.

첫째, 요약된 경위. “지속적으로 폭언함”처럼 압축된 서술은 판단 자료가 되지 못합니다.
둘째, 평가 없는 증거 첨부. 캡처 수십 장을 붙였지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조사자의 의견이 없습니다.
셋째, 행위 단위 판단의 부재. 여러 행위를 뭉뚱그려 “괴롭힘에 해당함”으로 끝내면, 일부 행위가 부정될 때 결론 전체가 흔들립니다.
넷째, 피해자 의견 청취 누락. 행위자 조치에 관한 피해자 의견은 첨부 항목입니다.
다섯째, 조사자와 당사자의 관계 미기재. 조사자가 누구이며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은 객관성의 출발점인데, 정작 보고서에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조사보고서에 정해진 서식이 있나요?
법정 서식은 없습니다. 다만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보고서만으로 사실관계와 괴롭힘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사건 경위·증거와 신뢰성 의견·해당 여부와 경중 및 제재 수준 의견·행위자 조치에 관한 피해자 의견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식보다 이 요건 충족 여부가 중요합니다.
당사자가 조사보고서 전문을 달라고 하면 줘야 하나요?
보고서 공개는 비밀유지·개인정보보호 의무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사업주 보고와 사실 판단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당사자에게는 조사 결과와 조치 내용을 서면 통보하되, 타인의 진술이 포함된 보고서 전문을 그대로 교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조사받은 사람이 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하면 어떻게 되나요?
조사받은 당사자라도 비밀유지 의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23과6 결정은 가해자로 조사받은 사람이 유출한 조사결과 보고서에 다른 지목자의 조사결과와 참고인 진술까지 포함되어 있었던 사안에서, 이를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로 보아 과태료 부과를 유지했습니다.
진술이 엇갈려 사실 확인이 안 되면 보고서에 어떻게 쓰나요?
‘확인 불가’로 종결하기보다, 각 진술의 일관성·구체성·객관 자료와의 부합·이해관계를 검토한 뒤 어느 진술을 왜 더 신빙성 있다고 보았는지를 기술해야 합니다. 매뉴얼도 증거의 신뢰성에 대한 조사자 의견을 기술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사 중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진술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먼저 그 진술이 신고 취지인지 확인하고, 신고 취지라면 별건으로 접수한 뒤 해당 피해자 상담을 통해 진행 중인 사건에 추가할지 의사를 확인합니다. 신고 취지가 아니더라도 행위자의 습성 파악을 위해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별건 신고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자가 징계 수위까지 정해도 되나요?
조사자는 사실을 확정하고 괴롭힘 해당 여부·경중·적정 제재 수준에 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실제 징계 양정 의결은 인사위원회의 몫으로 분리하는 것이 표준 구조입니다. 조사와 처분이 한 주체에 몰리면 이후 불복 절차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함께 다투어집니다.
조사보고서는 사건을 마무리하는 문서가 아니라, 이후 모든 절차가 딛고 설 기초 사실을 확정하는 문서입니다. 조사가 부실하면 결론이 무엇이든 절차에서 다시 다투어지고, 그때 회사가 내밀 수 있는 것은 이 문서 한 장뿐입니다.

신정노동법률사무소는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의 외부조사를 대표 공인노무사가 착수 협의부터 조사보고서 작성까지 직접 수행하며,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대면 조사합니다. 이미 작성된 내부 조사보고서의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도 검토를 도와드립니다.

·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절차 — 신고 접수부터 조사보고서까지
· 외부조사가 필요한 경우와 진행 절차
· 고용노동부 매뉴얼 핵심 Q&A 30문답
법령본 글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제76조의3과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2026. 7.)을 기준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용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자문이 아닙니다. 인용한 표준 취업규칙 조문은 매뉴얼이 제시하는 예시 규정으로 그 자체가 법정 의무는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작성: 공인노무사 장원교(신정 노동법률사무소).